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 기존의 절제 수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신경조직의 자극을 통한 신경변조치료(neuromodulation) 를 고려하게 됩니다. 이러한 방법 중 뇌전증에서 많이 사용되는것은 대표적인 방법인 미주신경자극술 (vagus nerve stimulation, VNS) 입니다.
사람은 12개의 뇌신경을 갖고 있는데, 미주 신경은 그 중 10번째 뇌신경입니다. 정상적으로 내장기관의 감각과 자율운동기능을 담당하고, 성대의 움직임, 심장 박동의 조절 기능도 담당하는 중요한 뇌신경입니다.
미주신경을 전기 자극하였을 때 뇌전증 발작의 횟수와 정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것이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.
최근 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몸 속에 삽입할 수 있고 일상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작은 정교한 미주신경 자극장치가 개발되어, 약물 치료로 충분히 뇌전증이 조절되지 않고 뇌절제술 등 기존의 수술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환자에서 뇌전증을 조절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.
미주신경자극장치는 1998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 (FDA)의 승인을 받은 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,000례 이상이 시술 되었고,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초기부터 환자 치료에 사용하여 2006년 3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미주신경 자극술을 시행하였습니다.
전신 마취 후 왼쪽 목부위에 미주신경 자극 전극을 삽입하고, 전기자극 발생 장치를 왼쪽 가슴 피하 부위에 넣어 서로 연결하는데, 2시간 미만이 소요되는 비교적 간단한 짧은 수술입니다. 전기자극 발생 장치는 리모콘을 통해 몸 밖에서 조절하게 됩니다.
삽입 후 1주일 후에 전기 자극을 시작하며,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전기 자극 방법을 찾아 조절하게 됩니다. 주로 자극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되지만, 환자가 발작의 전조를 느낄 때에는 수동으로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.
일반적으로 미주신경자극술의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.
약물치료결과가 좋지 않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
뇌전증 유발 부위가 광범위하거나 양측성인 경우
기존의 뇌전증 수술 치료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
그 부위가 수술로써 제거하기 불가능한 경우
뇌전증 유발부위를 발견할 수 없는 경우
수술 후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경우
기존 뇌전증 수술로 호전되지 않거나 재발되는 경우
삽입 후 환자에 따라 목에 통증이 오거나 쉰 목소리를 내거나, 음식을 삼키는데 불편을 느끼는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습니다. 이 때는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전기적 자극을 약하게 조절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부작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되어 느낄 수 없게 됩니다.
몸 안에 삽입한 자극기의 밧데리 수명은 자극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, 일반적으로 약 10년 정도이고, 이후에는 밧데리가 들어있는 발생기 부분을 교환해 주어야 합니다. 본 장치는 2005년부터 여러 환자와 의사들의 노력으로 보험 급여 대상이 되어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.